반응형 명작 다시 보기33 지구가 끝장나는 날(The World's End) 리뷰|술집 열두 곳의 이름이 줄거리였다 한 번도 끝까지 마시지 못한 술집 순례가 있습니다. 1990년, 열여덟 살의 게리 킹과 친구 넷은 고향 마을 뉴턴 헤이븐의 술집 열두 곳을 하룻밤에 도는 ‘골든 마일’에 도전했다가 중간에 무너졌습니다. 20년 넘게 흘러 모두 어른이 됐지만, 게리만은 그날 밤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는 흩어진 친구들을 한 명씩 찾아가 다시 그 길을 걷자고 설득합니다.《지구가 끝장나는 날》(The World's End, 2013)은 여기서 방향을 틉니다. 술집을 하나씩 지날수록 고향 마을은 어딘가 이상하고, 영화는 중년의 우정극에서 SF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전환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답을 적어 두었습니다. 술집 이름입니다.이 글은 결말을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술집 열두 곳의 이름, 3부작 안에서 이.. 2026. 9. 21. 디 워(D-War) 리뷰|혹평과 842만 관객, 무엇이 부딪혔나 “먹구름이 이무기의 형상으로 감기는 도시의 하늘, 구름과 비늘이 새겨진 옛 석조 부조와 오방색 끈이 달린 청동 방울 — 전설과 현대 도시가 한 화면에서 맞물리는 설정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2007년 여름, 한 편의 영화가 극장가와 인터넷 게시판을 동시에 뒤집어 놓았습니다. 관객은 몰렸고 평은 나빴으며, 그 간극 자체가 몇 주 동안 뉴스가 됐습니다.《디 워》(D-War)는 지금도 평가가 갈리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갈림의 대부분은 영화의 완성도가 아니라 이 영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두고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순서를 바꿔 보려 합니다. 영화를 평가하기 전에, 이 영화가 실제로 무엇을 시도했는지부터 보겠습니다.숫자로 본 디 워국내 개봉 — 2007년 8월 1일국내 관객 — 약 842만 명, .. 2026. 9. 7. 인셉션(Inception) 리뷰|접히는 도시보다 어려운 건 마지막 장면 “도시가 접혀 올라간 복도 끝 풍경과 파문이 이는 물그릇, 황동 추, 미로 도면 — 설계된 꿈이라는 개념을 한 화면에 모은 이미지입니다.”꿈에서 깨기 직전, 방금까지 완벽하게 앞뒤가 맞던 이야기가 갑자기 말이 안 되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상한 것은 꿈 안에 있는 동안에는 한 번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인셉션》(Inception, 2010)은 그 감각을 두 시간 반짜리 이야기로 확장한 영화입니다. 흔히 어렵다는 평을 듣지만, 실제로 어려운 부분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가 정말로 묻는 질문은 아주 단순합니다.사실 이 영화는 강도극이다복잡해 보이는 설정을 걷어내면 뼈대는 익숙합니다. 은퇴한 전문가가 마지막 한 건을 제안받고, 각기 다른 기술을 가진 팀원을 모으고, 계획을 .. 2026. 9. 4. 오케이 마담(OK! MADAM) 리뷰|엄정화의 기내 액션 코미디 《오케이 마담 2》가 2026년 8월 12일 개봉했습니다. 1편이 극장에 걸린 것과 정확히 같은 날짜입니다.6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날을 고른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6년 전의 8월 12일은, 이 영화에 결코 좋은 날이 아니었습니다.극장이 비어가던 때 개봉했습니다2020년 8월 12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며 극장 관객이 급감하던 시기였고, 개봉 직후에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강화됐습니다.그런 조건에서도 첫날 약 11만 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고, 최종 누적 관객은 122만 8,685명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숫자입니다.다만 총제작비가 약 80억 원, 극장 기준 손익분기점이 약 200만 명이었습니다. 국내 관객 수만으로는 손익분기점에 .. 2026. 8. 10. 원티드(Wanted) 리뷰|총알을 휘게 만든 2008년 액션의 한계 2008년작 《원티드》를 기억하는 방식은 대체로 하나입니다. 휘어지는 총알.그런데 이 영화에서 정말 흥미로운 건 그 장면이 아니라, 이 영화가 원작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새로 만들어냈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그 교체 하나로 작품의 의미가 통째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원작에서 가져온 것은 사실상 제목뿐입니다《원티드》의 원작은 마크 밀러와 J. G. 존스의 동명 코믹스입니다. 그런데 원작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고 당황하게 됩니다.원작의 ‘프래터니티’는 암살자 조직이 아니라 슈퍼빌런 집단입니다. 이들은 세상의 슈퍼히어로를 전부 제거한 뒤, 히어로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현실에서 지워버린 자들입니다. 즉 원작은 악당이 이미 승리한 뒤의 세계를 그린 이야기였습니다.영화는 이 설정을 통째로 들어냅니다. .. 2026. 8. 6. 인턴(The Intern) 리뷰|나이는 경력이 되고 배려는 리더십이 된다 《인턴》은 2015년 미국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이 영화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사랑받았습니다.해외에서 가장 크게 터진 나라가 한국이었습니다숫자부터 봅니다. 제작비는 약 3,500만 달러, 전 세계 흥행 수입은 약 1억 9,476만 달러입니다. 그리고 국내 누적 관객은 약 361만 명입니다.인구 규모를 생각하면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해외 흥행 국가 가운데 한국이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잔잔한 직장 드라마가 이 정도 관객을 모으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왜 한국이었을까요.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문제들이 당시 한국 관객에게 특히 가까웠다고 볼 여지는 있습니다. 정년 이후의 삶, 경력 단절, 여성 관리자.. 2026. 8. 5. 이전 1 2 3 4 ··· 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