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구름이 이무기의 형상으로 감기는 도시의 하늘, 구름과 비늘이 새겨진 옛 석조 부조와 오방색 끈이 달린 청동 방울 — 전설과 현대 도시가 한 화면에서 맞물리는 설정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2007년 여름, 한 편의 영화가 극장가와 인터넷 게시판을 동시에 뒤집어 놓았습니다. 관객은 몰렸고 평은 나빴으며, 그 간극 자체가 몇 주 동안 뉴스가 됐습니다.
《디 워》(D-War)는 지금도 평가가 갈리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갈림의 대부분은 영화의 완성도가 아니라 이 영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두고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순서를 바꿔 보려 합니다. 영화를 평가하기 전에, 이 영화가 실제로 무엇을 시도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숫자로 본 디 워
- 국내 개봉 — 2007년 8월 1일
- 국내 관객 — 약 842만 명, 그해 한국 영화 흥행 1위
- 순제작비 — 약 300억 원, 당시 한국 영화 최고 수준
- 북미 개봉 — 2007년 9월 14일, 2,000개관 이상
- 북미 흥행 — 약 1,100만 달러
- 감독·각본·제작 — 심형래 / 제작사 영구아트무비
숫자만 놓고 보면 성공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같은 해 이 영화는 국내외 평단에서 거의 일관되게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흥행과 평가가 이 정도로 벌어진 한국 영화는 드뭅니다.
제작 노트|영구아트라는 예외적인 구조
《디 워》를 이해하려면 영화보다 먼저 영구아트무비라는 회사를 봐야 합니다.
2000년대 한국 영화의 시각효과는 대체로 외주였습니다. 제작사가 기획하고, 필요한 CG는 전문 업체에 맡기는 구조입니다. 영구아트는 그 반대로 갔습니다. 자체 스튜디오와 상시 인력을 두고 제작 과정을 내부에서 굴렸습니다.
이 방식은 비용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외주는 작품이 없으면 지출도 없지만, 자체 스튜디오는 영화를 찍지 않는 기간에도 인건비가 나갑니다. 그래서 한 작품에 실패하면 회사 전체가 흔들립니다.
왜 이런 위험한 구조를 택했는가. 답은 단순합니다. 그때 한국에는 이 정도 규모의 크리처 애니메이션을 소화할 외주처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맡길 곳이 없으면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디 워》의 CG가 장면에 따라 고르지 않은 것도, 동시에 몇몇 장면이 예상보다 훨씬 잘 나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옵니다. 축적된 외부 기술을 사 오는 대신 내부에서 처음부터 만든 결과입니다.
《용가리》에서 디 워까지 8년
이 시도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1999년 《용가리》가 출발점이었습니다.
《용가리》 역시 혹평을 받았지만, 그 작업으로 영구아트는 크리처를 만드는 최소한의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8년 뒤 훨씬 큰 규모로 다시 시도한 것이 《디 워》입니다. 두 작품을 이어 놓고 보면 한 회사가 같은 목표를 향해 10년 가까이 밀어붙인 궤적이 보입니다.
개그맨 출신 감독이라는 이력이 자주 언급되지만, 실제로 특이한 것은 이력이 아니라 이 지속성입니다. 한 번 실패한 장르를 접지 않고 규모를 키워 다시 간 사례는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습니다.
북미 2,000개관이라는 사건
지금은 한국 영화의 해외 개봉이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2007년은 달랐습니다.
그때까지 한국 영화의 북미 개봉은 대체로 아트하우스 배급이었습니다. 몇 개 도시, 몇 개 상영관에서 제한 상영으로 시작해 반응을 보고 늘리는 방식입니다. 《디 워》는 처음부터 2,000개관이 넘는 규모로 동시 개봉했습니다. 할리우드 중급 블록버스터와 같은 방식입니다.
결과는 약 1,100만 달러였습니다. 제작비를 생각하면 성공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가 그 방식으로 배급 계약을 따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에는 전례가 없었습니다.
이 대목이 이후 논쟁의 온도를 만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자랑스러운 성취였고, 어떤 사람에게는 성취를 앞세워 작품의 결함을 덮는 논법으로 보였습니다.
그해 여름, 무엇이 부딪혔나
《디 워》 논쟁은 영화 한 편에 대한 평가를 넘어섰습니다. 공중파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뤄질 정도였고, 몇 주 동안 언론과 온라인에서 이어졌습니다. 양쪽이 무엇을 말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비판 쪽이 말한 것
각본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인물의 동기가 설명되지 않고, 설정을 대사로 길게 풀어놓으며, 감정선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연기와 편집에 대한 비판도 여기에 붙었습니다.
더 날카로웠던 것은 비판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영화를 비판하면 애국심이 없는 쪽으로 몰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그것이 비평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입니다. 엔딩에 아리랑이 흐르고 감독의 메시지가 자막으로 붙은 구성이 그 논거로 자주 인용됐습니다.
옹호 쪽이 말한 것
평단이 이 영화를 다룬 태도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심이었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서사적 허술함을 가진 할리우드 오락영화에는 관대하면서 이 영화에는 유독 가혹했다는 지적입니다.
또 하나는 평가의 기준이 하나여야 하는가라는 물음이었습니다. 서사의 완성도만으로 재면 낮은 점수가 맞지만, 없던 것을 만들어 낸 산업적 시도로 보면 다른 점수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관객 842만 명이 무엇을 보고 표를 샀는지도 데이터라는 주장이 여기 붙었습니다.
20년 가까이 지나 다시 보면
양쪽 다 절반씩 맞았다고 봅니다.
각본에 대한 비판은 지금 다시 봐도 유효합니다.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동시에 비판의 일부가 영화가 아니라 감독 개인을 향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개그맨 출신이라는 이력이 반복해서 언급된 것은 작품 평가에 필요한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그 여름에 정작 논의되지 않은 것입니다. 자체 스튜디오를 유지하며 크리처 영화를 만드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 실패했을 때 그 인력과 기술은 어디로 가는가 — 이 질문들이 논쟁의 열기에 밀렸습니다. 영구아트는 이후 사실상 활동을 멈췄고, 그 답은 결국 실물로 나왔습니다.
영화 자체는 어땠나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영화로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의 뼈대입니다. 500년 전 조선의 전설과 현대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설정은 매력적인데, 그 사이를 인물의 선택이 아니라 설명이 메웁니다. 주인공이 무언가를 알아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알려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이 인물과 함께 발견하는 순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후반 30분은 다릅니다. 이무기가 도심 빌딩을 감고 올라가고 군용 헬기가 그 사이를 헤집는 시퀀스는 지금 봐도 규모가 살아 있습니다. 특히 거대한 몸체가 건물을 스칠 때 유리와 파편이 반응하는 방식은 당시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던 화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인상은 고르지 않습니다. 전반부는 힘들고 후반부는 볼 만합니다. 영화를 한 덩어리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성이고, 논쟁이 길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어느 부분을 보고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 NONEDONE’s Cut
《디 워》를 좋은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패한 시도라고만 부르기에도 아까운 데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되는 지점은 화면이 아니라 선택의 구조입니다. 맡길 곳이 없어서 직접 만들기로 한 회사가 있었고, 그 결정이 8년에 걸쳐 두 편의 영화가 됐고, 두 번째 영화가 842만 명을 극장으로 불렀고, 그러고도 회사는 남지 못했습니다.
그 여름의 논쟁이 지금 와서 안타까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눠 가진 질문은 ‘이 영화를 칭찬해야 하는가 비판해야 하는가’였는데, 정작 필요한 질문은 ‘이런 시도가 계속되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였습니다. 앞의 질문은 몇 주 만에 소모됐고, 뒤의 질문은 던져지지 않은 채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후반부 30분보다 엔딩 크레딧이 더 오래 남습니다.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를 끝까지 해 보려던 사람들의 이름이 거기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NONEDONE’s score: 6.0 / 10
완성도만 놓고 매긴 점수입니다. 산업적 시도로서의 의미는 이 척도로 재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를 한 숫자에 섞으면 어느 쪽도 정확해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2000년대 한국 영화 산업의 시도와 한계에 관심 있는 분
- 크리처 영화의 도심 파괴 시퀀스를 좋아하는 분
- 작품 자체보다 그 작품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해 보고 싶은 분
반대로 짜임새 있는 서사를 기대하신다면 권하기 어렵습니다. 후반부 시퀀스를 목적으로 보시고 전반부는 설정을 깔아 두는 구간으로 받아들이시는 편이 실망이 적습니다.
작품 정보와 출처
- 《디 워》(D-War), 2007, 한국 — 감독·각본·제작 심형래 / 제작사 영구아트무비
- 국내 개봉 2007년 8월 1일 / 북미 개봉 2007년 9월 14일
- 전작: 《용가리》(1999)
- 관객 수, 제작비, 북미 개봉 규모와 흥행 수치는 공개 집계 자료와 당시 언론 보도를 정리한 근사치이며 집계처와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제작비는 순제작비와 마케팅비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보도된 금액이 다릅니다.
- 2007년 논쟁에 관한 서술은 당시 보도와 공개 토론에서 확인되는 주장을 양측으로 나누어 정리한 것으로, 특정 입장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 제작 구조에 관한 서술은 공개된 제작진 인터뷰와 언론 보도에서 반복 확인되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평가와 점수는 작성자가 직접 감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스포일러는 최소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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