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후반부에도 새로운 첫 출근은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몇 살인가가 아니라, 낯선 자리에서 다시 배우려는 태도인지도 모릅니다.
은퇴한 70세 남성이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패션 회사의 인턴이 됩니다. 설정만 보면 세대 차이를 이용한 가벼운 직장 코미디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인턴》은 누가 더 옳은 세대인지를 가르는 대신, 서로 다른 속도로 살아온 두 사람이 어떻게 좋은 동료가 되는지를 바라봅니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가 지금까지도 꾸준히 추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유행이 지난 업무 도구는 있어도, 상대의 말을 기다려 주는 태도와 책임감까지 낡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화 《인턴》 기본 정보
구분내용
| 원제 | The Intern |
| 장르 | 코미디, 드라마 |
| 감독·각본 | 낸시 마이어스 |
| 주요 출연 |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 르네 루소, 앤더스 홈 |
| 국내 개봉 | 2015년 9월 24일 |
| 상영 시간 | 121분 |
|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70세 신입과 30대 CEO가 만났을 때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벤 휘태커는 여행과 취미로 시간을 보내지만, 일상에서 자신이 맡을 역할이 사라졌다는 허전함을 느낍니다. 그는 온라인 패션 회사가 모집하는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다시 출근하기로 결심합니다.
회사 창업자이자 CEO인 줄스 오스틴은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제품 확인부터 고객 응대, 직원 관리까지 직접 챙기며 회사를 짧은 시간 안에 성장시켰지만, 속도가 빨라질수록 혼자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집니다.
최신 업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벤과 잠시도 멈추기 어려운 줄스의 첫 만남은 어색합니다. 영화는 두 사람을 억지로 충돌시키지 않습니다. 벤이 작은 일을 성실하게 처리하고, 줄스가 그의 방식을 조금씩 이해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쌓아 갑니다. 중요한 반전이나 결말을 알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관계 중심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가 말하는 경험은 ‘정답’이 아닙니다
벤의 장점은 오래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고 필요한 순간까지 기다립니다. 젊은 동료들의 문화를 비웃지 않으며, 모르는 기술은 도움을 받아 배웁니다. 과거의 직함을 앞세우지 않고 인턴이라는 현재의 자리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그를 신뢰받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이 지점에서 《인턴》은 흔한 세대 갈등 영화와 방향을 달리합니다. 젊음은 무례함으로, 나이는 완고함으로 단순화되지 않습니다. 벤에게는 새 환경을 배우는 일이 필요하고 줄스에게는 잠시 멈춰 주변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쪽이 다른 쪽을 가르치는 일방적인 멘토링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동료 관계에 가깝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만든 ‘말을 아끼는 어른’
로버트 드 니로는 벤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현자로 과장하지 않습니다. 단정한 옷차림, 준비된 손수건, 상대가 말할 때 흐트러지지 않는 시선처럼 작은 행동으로 인물의 삶을 보여 줍니다. 대단한 충고보다 먼저 주변을 정리하고 필요한 일을 발견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벤의 가장 큰 매력은 다정함보다 절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려고 대화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후배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움은 때때로 빠른 해답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곁을 지켜 주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다만 벤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점은 분명합니다. 실수와 결점이 적어 현실의 시니어 인턴이라기보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어른의 표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로버트 드 니로의 편안하고 세밀한 연기가 인물의 비현실성을 상당 부분 설득력으로 바꿉니다.
앤 해서웨이가 보여 주는 유능함 뒤의 불안
줄스는 성공한 CEO이지만 영화는 그를 완성된 리더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회사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은 강하지만 모든 일을 직접 확인하려는 습관 때문에 자신과 주변을 동시에 지치게 합니다. 앤 해서웨이는 빠른 걸음과 급한 말투, 혼자 남았을 때 드러나는 표정의 차이를 이용해 줄스의 압박감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줄스를 단순히 ‘일과 가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성’으로만 보면 이 인물의 매력이 줄어듭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일을 지키고 싶은 창업자이며, 좋은 대표와 좋은 가족 구성원이라는 여러 역할을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줄스는 무능해서 불안한 인물이 아니라, 유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짐을 떠안은 인물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영화가 그의 문제를 벤의 성숙함에 다소 기대어 풀어 간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여성 리더가 받는 구조적 압박을 더 깊게 파고들기보다 따뜻한 관계와 개인의 선택으로 봉합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이 온화함은 작품의 장점인 동시에 현실적인 직장 드라마로서는 한계입니다.
차가운 사무실 대신 따뜻한 공간을 선택한 연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사무실을 경쟁의 전쟁터가 아니라 사람들이 계속 부딪히고 관계를 만드는 생활 공간으로 보여 줍니다. 유리 벽, 넓은 책상, 분주한 직원들과 따뜻한 조명은 빠른 스타트업의 활기와 편안한 코미디의 분위기를 함께 만듭니다.
갈등이 지나치게 부드럽게 해결되고 일부 에피소드가 본 줄거리에서 벗어난다는 인상도 있습니다. 121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조금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반면 자극적인 악역이나 억지 반전을 사용하지 않고도 두 주연의 호흡만으로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것은 이 영화의 분명한 힘입니다.
평론가보다 관객이 더 사랑한 영화
2026년 8월 5일 확인 기준으로 IMDb 평점은 7.1/10, 로튼토마토는 평론가 59%와 관객 73%, 메타크리틱은 평론가 51/100과 이용자 6.8/10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평론가 반응은 엇갈렸지만 관객 평가는 상대적으로 더 따뜻합니다.
평론가들이 이야기의 안전함과 이상적인 인물 구성을 아쉬워했다면, 관객들은 벤과 줄스의 조화, 편안한 분위기, 세대를 넘어서는 존중에 더 크게 반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의 단점이 선명하면서도 재관람 수요가 꾸준한 이유입니다.
흥행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박스오피스 모조 집계에 따르면 제작비는 약 3,500만 달러, 전 세계 흥행 수입은 약 1억 9,476만 달러입니다. 단순 비교로 제작비의 약 5.6배를 벌어들였지만, 이 수치는 마케팅비와 극장 배분 등을 제외한 순이익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누적 관객 약 361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자극적인 사건보다 인물 사이의 관계가 깊어지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 직장 생활과 리더십을 부담 없이 돌아보고 싶은 분
-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를 찾는 분
- 새로운 시작 앞에서 나이와 경력을 의식하고 있는 분
-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의 편안한 연기 호흡을 보고 싶은 분
반대로 치열한 스타트업 현실이나 세대 갈등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을 기대한다면 다소 이상적이고 무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NONEDONE's Cut ✂️
《인턴》은 경험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을 가르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조금 다르게 남습니다. 벤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줄스는 자신이 달려온 시간을 믿는 법을 배웁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인턴이 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벤이 과거의 성공을 현재의 권위로 바꾸지 않는 태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말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들을 책임이 생긴다는 듯 행동합니다. 완벽해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인물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메시지보다 오늘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방법을 조용히 건네는 영화. 《인턴》은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이 지친 날 다시 꺼내 보기 좋은 따뜻한 직장 드라마입니다.
NONEDONE's Score
8.7 / 10
- 배우의 조화: 9.2
- 메시지와 여운: 8.8
- 이야기의 현실성: 7.8
- 재관람 가치: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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