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시리즈는 “어떤 순서로 볼까”라는 질문에 답이 하나입니다. 개봉 순서대로 보면 됩니다.
《스타워즈》는 그 질문에 정답이 없습니다. 개봉 순서, 시간 순서, 그리고 둘 다 아닌 제3의 순서까지 — 팬들 사이에서 지금도 논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왜 이 시리즈만 이렇게 됐을까요. 답은 1977년에 있습니다.
1977년 첫 영화에는 번호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이 시리즈의 첫 영화를 ‘에피소드 4’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1977년 개봉 당시에는 그런 번호가 없었습니다. 제목은 그냥 《스타워즈》였습니다.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이라는 부제가 화면에 붙은 것은 1981년 재개봉 때입니다. 첫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시리즈를 확장할 계획이 서자, 이야기의 위치를 나중에 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중간부터 만들어졌습니다. 4·5·6편이 먼저 나오고, 20년 가까이 지나 1·2·3편이 나왔습니다.
순서 논쟁의 뿌리가 여기 있습니다. 만든 순서와 이야기의 순서가 애초에 어긋나 있습니다.
전체 목록 — 본편 9편과 스핀오프
| 에피소드 | 제목 | 개봉 | 묶음 |
| 1 | 보이지 않는 위험 | 1999 | 프리퀄 |
| 2 | 클론의 습격 | 2002 | 프리퀄 |
| 3 | 시스의 복수 | 2005 | 프리퀄 |
| 4 | 새로운 희망 | 1977 | 오리지널 |
| 5 | 제국의 역습 | 1980 | 오리지널 |
| 6 | 제다이의 귀환 | 1983 | 오리지널 |
| 7 | 깨어난 포스 | 2015 | 시퀄 |
| 8 | 라스트 제다이 | 2017 | 시퀄 |
| 9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 2019 | 시퀄 |
| — | 로그 원 | 2016 | 스핀오프 (4편 직전) |
| — | 한 솔로 | 2018 | 스핀오프 (4편 이전) |
개봉 연도 칸을 세로로 읽으면 뒤죽박죽입니다. 1977 → 1980 → 1983 → 1999 → 2002 → 2005 → 2015 → 2017 → 2019. 42년에 걸쳐 만들어졌고, 중간에 두 번 긴 공백이 있습니다.
세 가지 순서 — 무엇을 지킬 것인가
① 개봉 순서 (4-5-6-1-2-3-7-8-9)
만들어진 순서 그대로 보는 방식입니다.
장점은 관객이 40여 년 동안 겪은 경험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입니다. 5편의 그 유명한 반전을 아무 정보 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순간이고, 순서를 잘못 잡으면 통째로 날아가는 장면입니다.
단점은 시각적 충격입니다. 1977년 영화를 보다가 1999년 영화로 넘어가면 화면이 갑자기 매끈해집니다. 특수효과 세대가 달라 이질감이 큽니다.
② 시간 순서 (1-2-3-4-5-6-7-8-9)
이야기가 일어난 순서대로 보는 방식입니다.
장점은 한 인물의 일생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인과가 선명합니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5편의 반전이 사라집니다. 1·2·3편을 먼저 보면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5편을 보게 됩니다. 시리즈 최고의 순간이 ‘확인 절차’가 되어 버립니다.
③ 머신 오더 (4-5-2-3-6)
2011년 한 팬이 제안해 널리 퍼진 방식입니다. 이름은 ‘머신 오더(Machete Order)’입니다.
규칙이 독특합니다.
- 4편과 5편을 먼저 봅니다. 반전을 온전히 보존합니다.
- 5편이 끝난 직후 2·3편으로 건너뜁니다. 방금 알게 된 사실의 배경을 거대한 회상처럼 보게 됩니다.
- 그리고 6편으로 돌아와 마무리합니다.
- 1편은 아예 보지 않습니다.
1편을 빼는 이유는 이야기 구조상 뒤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에는 이견이 많지만, ‘반전을 지키면서 인물의 배경도 살린다’는 문제 해결 방식 자체는 지금도 자주 인용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되나
세 방식을 나란히 놓으면 기준이 분명해집니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 순서 | 지키는 것 | 포기하는 것 |
| 개봉 순서 | 반전, 관객의 원래 경험 | 화면의 일관성 |
| 시간 순서 | 인과의 흐름 | 반전 |
| 머신 오더 | 반전 + 인물의 배경 | 1편, 그리고 단순함 |
처음 보신다면 개봉 순서를 권합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5편의 반전을 모르고 보는 경험은 인생에 한 번뿐이고, 다른 어떤 이점도 그것과 바꿀 만하지 않습니다.
시퀄 3부작(7·8·9)은 어느 방식이든 마지막에 붙입니다. 스핀오프 두 편은 본편을 다 본 뒤가 좋습니다. 특히 《로그 원》은 4편 바로 앞의 이야기라, 4편을 본 사람이 봐야 마지막 장면의 의미가 살아납니다.
제작 노트|연출료를 포기하고 가져간 것
이 시리즈의 구조를 결정한 사건은 촬영장이 아니라 계약서에서 벌어졌습니다.
1977년 첫 영화를 만들 때 조지 루카스는 20세기 폭스와 협상하면서 추가 연출료를 받지 않는 대신 속편 제작 권리와 상품화 권리를 가져갔습니다. 당시 스튜디오 입장에서 이건 큰 손해가 아니었습니다. SF 영화의 장난감이 팔릴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입니다. 완구와 관련 상품이 영화 흥행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로 팔렸고, 그 수익이 루카스에게 갔습니다. 이후 시리즈가 스튜디오의 판단이 아니라 창작자의 판단으로 굴러갈 수 있었던 것도 이 계약 덕분입니다.
그리고 이 계약이 없었다면 2012년의 매각도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루카스가 팔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35년 전에 연출료를 포기한 선택이 시리즈의 주인이 바뀌는 방식까지 결정한 셈입니다.
ILM은 이 영화 때문에 생긴 회사입니다
1975년, 루카스는 자신이 원하는 우주 전투 장면을 찍어 줄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당시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부서들은 대부분 해체된 뒤였고, 남아 있는 기술로는 수십 대의 전투기가 서로 쫓는 화면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ILM)입니다. 창고를 빌려 젊은 기술자들을 모았고, 카메라가 정해진 경로를 반복해서 움직이도록 제어하는 장비를 자체 개발했습니다. 같은 궤적을 여러 번 촬영해 겹치는 방식이라, 모형 하나로도 여러 대가 편대를 이룬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이후 40년 넘게 영화 시각효과의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든 임시 조직이 산업 하나를 바꾼 사례입니다.
첫 편은 편집으로 살아났습니다
덜 알려진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새로운 희망》의 초기 편집본은 평이 매우 나빴습니다. 시사를 본 동료 감독들이 실패를 예상했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전해집니다.
이후 대대적인 재편집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마지막 데스 스타 공격 시퀀스는 실제 공중전 기록 영상을 참고해 리듬을 다시 짰습니다. 편집을 맡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루카스의 당시 배우자였던 마샤 루카스이고, 이 작업으로 편집 부문 아카데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 이 영화의 후반부가 여전히 긴장감 있게 읽히는 이유는 촬영이 아니라 편집에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같은 소재를 어떻게 이어 붙이느냐가 결과를 뒤집은 사례입니다.
시리즈가 두 번 손바뀜했습니다
이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은 소유주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오리지널과 프리퀄 6편은 조지 루카스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디즈니가 루카스필름을 인수했고, 그 뒤에 나온 것이 시퀄 3부작과 스핀오프입니다.
시퀄 3부작의 평가가 유독 갈리는 배경에는 이 사정도 있습니다. 세 편의 감독이 통일되지 않았고, 8편이 7편의 설정을 상당 부분 뒤집자 9편이 다시 방향을 트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린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화면에 드러납니다.
덧붙이면 오리지널 3부작도 원본 그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1997년 ‘특별판’에서 장면 일부가 수정됐고, 이후 유통되는 판본은 대부분 이 수정본입니다. 어떤 장면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논쟁거리였습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세계관이 넓은 시리즈를 처음부터 파고 싶은 분
- 실제 세트와 모형을 쓴 시대의 SF 화면을 좋아하는 분
- 선악 구도가 분명한 모험 이야기를 찾는 분
반대로 편수 부담이 큰 분께는 통째로 권하기 어렵습니다. 본편만 9편에 20시간이 넘습니다. 이 경우 4·5편 두 편만 보셔도 됩니다. 시리즈에서 가장 평가가 높은 구간이고, 둘만으로도 완결감이 있습니다.
최신 CG에 익숙한 분이라면 1977년 화면이 낡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시리즈는 모형과 세트로 찍은 질감 자체가 감상 포인트인 편입니다.
✂️ NONEDONE’s Cut
이 시리즈를 정리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순서’가 왜 논쟁이 됐는가였습니다.
보통 순서 논쟁은 제작진의 실수에서 생깁니다. 그런데 스타워즈는 다릅니다. 첫 영화가 예상보다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성공하지 않았다면 프리퀄도 없었고, 번호도 붙지 않았고, 논쟁도 없었을 겁니다.
머신 오더가 인상적인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것은 팬이 만든 감상 설계도입니다. 원작자가 정해 준 순서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스스로 정한 뒤 순서를 다시 짰습니다.
영화를 어떻게 볼지까지 관객이 설계하게 만드는 시리즈는 흔치 않습니다. 이 시리즈가 40년 넘게 이야깃거리로 남은 이유가 완성도만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총평
《스타워즈》는 편차가 큰 시리즈입니다. 아홉 편의 완성도가 고르지 않고, 만든 사람도 중간에 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가 기준점으로 남은 이유는, 이후 거의 모든 프랜차이즈가 여기서 배운 것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세계관을 확장하는 방식, 프리퀄을 붙이는 방식, 스핀오프를 내는 방식 — 지금 익숙한 그 문법이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처음이라면 4편과 5편부터입니다. 그 두 편이 마음에 들면 나머지는 자연히 따라옵니다.
작품 정보와 출처
- 제작 관련 서술(권리 계약, ILM 설립 경위와 카메라 제어 촬영, 초기 편집본과 재편집)은 제작진의 공개 인터뷰와 제작 다큐멘터리에서 반복 확인되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계약 조건의 세부는 원문이 공개된 것이 아니므로 보도된 범위로만 적었습니다.
| 시리즈 | 스타워즈 (Star Wars) — 본편 9편(1977~2019) + 스핀오프 2편 |
| 창작 | 조지 루카스 (오리지널·프리퀄 6편) |
| 제작사 | 루카스필름 — 2012년 디즈니가 인수 |
| 에피소드 번호 | 1977년 첫 개봉 시에는 없었고, 1981년 재개봉 때 ‘Episode IV’ 부제가 추가됨 |
| 머신 오더 | 2011년 한 팬이 제안한 감상 순서(4-5-2-3-6). 공식 순서가 아님 |
에피소드 번호 추가 시점, 1997년 특별판 수정, 제작사 인수에 관한 내용은 공개된 개봉·발매 기록과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머신 오더는 팬 커뮤니티에서 널리 알려진 감상법이며 제작사의 공식 권장 순서가 아닙니다.
이 글의 평가와 추천은 작성자 개인의 감상입니다. 결말과 반전에 관한 구체적인 스포일러는 넣지 않았습니다. 대표 이미지는 직접 생성한 것으로 영화의 실제 장면이 아니며, 작품의 등장인물이나 상표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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