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턴》은 2015년 미국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사랑받았습니다.
해외에서 가장 크게 터진 나라가 한국이었습니다
숫자부터 봅니다. 제작비는 약 3,500만 달러, 전 세계 흥행 수입은 약 1억 9,476만 달러입니다. 그리고 국내 누적 관객은 약 361만 명입니다.
인구 규모를 생각하면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해외 흥행 국가 가운데 한국이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잔잔한 직장 드라마가 이 정도 관객을 모으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왜 한국이었을까요.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문제들이 당시 한국 관객에게 특히 가까웠다고 볼 여지는 있습니다. 정년 이후의 삶, 경력 단절, 여성 관리자에 대한 시선, 야근이 일상인 사무실. 벤과 줄스가 통과하는 상황들은 한국 직장인이 매일 겪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영화가 그 문제를 다루는 태도는 한국 직장 드라마와 다릅니다. 그 차이가 이 영화의 정체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하지 않은 세 가지
보통 이런 설정이면 당연히 넣을 법한 장치들이 있습니다. 《인턴》은 그것들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첫째, 세대 갈등을 만들지 않습니다. 70세 인턴이 젊은 회사에 들어가면 보통은 무시당하거나 웃음거리가 되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굴욕의 순간이 사실상 없습니다. 벤은 처음부터 조용히 자기 자리를 찾습니다.
둘째, 여성 CEO의 유능함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줄스는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 규모의 회사를 만든 사람입니다. 영화는 그가 무능해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가 흔들리는 이유는 실력 부족이 아니라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 왔기 때문입니다.
셋째, 두 사람을 연인으로 엮지 않습니다. 나이 차가 큰 남녀가 주인공이면 관객은 습관적으로 로맨스를 예상합니다. 영화는 그 기대를 끝까지 쓰지 않고, 동료이자 서로의 버팀목이라는 관계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세 가지를 하지 않은 결과, 이 영화에는 갈등이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이 작품의 최대 약점이자 최대 강점입니다.
낸시 마이어스가 만드는 ‘머물고 싶은 공간’
각본과 연출을 함께 맡은 낸시 마이어스의 특징은 공간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줄스의 회사는 스타트업이지만 차갑지 않습니다. 벽돌과 나무, 넉넉한 창,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 벤의 집도, 줄스의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메라는 인물이 그 공간을 어떻게 쓰는지를 오래 보여줍니다.
이건 취향이 아니라 설계에 가깝습니다. 갈등을 최소화한 이야기에서 관객을 붙잡아 두려면, 그 세계에 머물고 싶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아니라 분위기로 러닝타임을 버티는 영화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도 같은 방향입니다. 갱스터 역할로 각인된 배우가 여기서는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습니다. 말을 아끼고, 먼저 나서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만 한 문장을 놓습니다.
✂️ NONEDONE’s Cut
《인턴》은 경험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을 가르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조금 다르게 남습니다. 벤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줄스는 자신이 달려온 시간을 믿는 법을 배웁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인턴이 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벤이 과거의 성공을 현재의 권위로 바꾸지 않는 태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말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들을 책임이 생긴다는 듯 행동합니다. 완벽해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인물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메시지보다 오늘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방법을 조용히 건네는 영화.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이 지친 날 다시 꺼내 보기 좋은 따뜻한 직장 드라마입니다.
“너무 이상적이다”라는 비판에 대해
이 영화에 가장 자주 붙는 지적입니다. 그리고 맞는 말입니다.
벤 같은 인턴은 현실에 거의 없습니다. 줄스의 회사처럼 사람 좋은 스타트업도 흔하지 않습니다. 치열한 스타트업의 실상이나 세대 갈등의 날카로운 면을 기대하면 이 영화는 무르게 느껴집니다. 갈등이 등장해도 대체로 빠르게 봉합됩니다.
다만 이 영화가 현실을 그리려 했는지는 따져볼 만합니다. 《인턴》이 보여주는 것은 있는 직장이 아니라 있었으면 하는 직장에 가깝습니다. 그 점을 인정하고 보면, 이상적이라는 지적은 결함이라기보다 이 영화의 성격 자체입니다.
평론가 평가보다 관객 평가가 꾸준히 높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관객은 이 영화에서 현실 분석이 아니라 위로를 찾았습니다.
NONEDONE’s Score
8.7 / 10
| 배우의 조화 | 9.2 |
|---|---|
| 메시지와 여운 | 8.8 |
| 이야기의 현실성 | 7.8 |
| 재관람 가치 | 8.9 |
작품 정보와 출처
| 원제 / 개봉 | The Intern / 2015년 |
|---|---|
| 각본·감독 | 낸시 마이어스 |
| 출연 |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 |
| 제작비 / 세계 흥행 | 약 3,500만 달러 / 약 1억 9,476만 달러 |
| 국내 누적 관객 | 약 361만 명 |
흥행 수치는 Box Office Mojo, 국내 관객 수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참고했습니다. 극장 매출은 마케팅비와 극장 배분을 제외한 순이익과 다르므로 제작비 대비 배수를 그대로 수익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해외 흥행 국가 순위는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며 집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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