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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끝장나는 날(The World's End) 리뷰|술집 열두 곳의 이름이 줄거리였다 한 번도 끝까지 마시지 못한 술집 순례가 있습니다. 1990년, 열여덟 살의 게리 킹과 친구 넷은 고향 마을 뉴턴 헤이븐의 술집 열두 곳을 하룻밤에 도는 ‘골든 마일’에 도전했다가 중간에 무너졌습니다. 20년 넘게 흘러 모두 어른이 됐지만, 게리만은 그날 밤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는 흩어진 친구들을 한 명씩 찾아가 다시 그 길을 걷자고 설득합니다.《지구가 끝장나는 날》(The World's End, 2013)은 여기서 방향을 틉니다. 술집을 하나씩 지날수록 고향 마을은 어딘가 이상하고, 영화는 중년의 우정극에서 SF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전환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답을 적어 두었습니다. 술집 이름입니다.이 글은 결말을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술집 열두 곳의 이름, 3부작 안에서 이.. 2026. 9. 21.
디 워(D-War) 리뷰|혹평과 842만 관객, 무엇이 부딪혔나 “먹구름이 이무기의 형상으로 감기는 도시의 하늘, 구름과 비늘이 새겨진 옛 석조 부조와 오방색 끈이 달린 청동 방울 — 전설과 현대 도시가 한 화면에서 맞물리는 설정을 표현한 이미지입니다.”2007년 여름, 한 편의 영화가 극장가와 인터넷 게시판을 동시에 뒤집어 놓았습니다. 관객은 몰렸고 평은 나빴으며, 그 간극 자체가 몇 주 동안 뉴스가 됐습니다.《디 워》(D-War)는 지금도 평가가 갈리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갈림의 대부분은 영화의 완성도가 아니라 이 영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두고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순서를 바꿔 보려 합니다. 영화를 평가하기 전에, 이 영화가 실제로 무엇을 시도했는지부터 보겠습니다.숫자로 본 디 워국내 개봉 — 2007년 8월 1일국내 관객 — 약 842만 명, .. 2026. 9. 7.
인셉션(Inception) 리뷰|접히는 도시보다 어려운 건 마지막 장면 “도시가 접혀 올라간 복도 끝 풍경과 파문이 이는 물그릇, 황동 추, 미로 도면 — 설계된 꿈이라는 개념을 한 화면에 모은 이미지입니다.”꿈에서 깨기 직전, 방금까지 완벽하게 앞뒤가 맞던 이야기가 갑자기 말이 안 되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상한 것은 꿈 안에 있는 동안에는 한 번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인셉션》(Inception, 2010)은 그 감각을 두 시간 반짜리 이야기로 확장한 영화입니다. 흔히 어렵다는 평을 듣지만, 실제로 어려운 부분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가 정말로 묻는 질문은 아주 단순합니다.사실 이 영화는 강도극이다복잡해 보이는 설정을 걷어내면 뼈대는 익숙합니다. 은퇴한 전문가가 마지막 한 건을 제안받고, 각기 다른 기술을 가진 팀원을 모으고, 계획을 .. 2026. 9. 4.
스타워즈(Star Wars) 시리즈 순서|정답이 없는 유일한 시리즈 대부분의 시리즈는 “어떤 순서로 볼까”라는 질문에 답이 하나입니다. 개봉 순서대로 보면 됩니다.《스타워즈》는 그 질문에 정답이 없습니다. 개봉 순서, 시간 순서, 그리고 둘 다 아닌 제3의 순서까지 — 팬들 사이에서 지금도 논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이상한 일입니다. 왜 이 시리즈만 이렇게 됐을까요. 답은 1977년에 있습니다.1977년 첫 영화에는 번호가 없었습니다지금은 이 시리즈의 첫 영화를 ‘에피소드 4’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1977년 개봉 당시에는 그런 번호가 없었습니다. 제목은 그냥 《스타워즈》였습니다.‘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이라는 부제가 화면에 붙은 것은 1981년 재개봉 때입니다. 첫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시리즈를 확장할 계획이 서자, 이야기의 위치를 나중에 정한 것입니다.그래서 이 .. 2026. 8. 30.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 순서|감독 교체가 8편을 살렸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처음부터 정주행하려는 분에게 가장 먼저 알려 드리고 싶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이 시리즈는 감독이 네 번 바뀌었습니다. 8편짜리 시리즈에 감독이 네 명입니다.보통 이렇게 감독이 자주 바뀌면 시리즈가 무너집니다. 그런데 해리 포터는 반대였습니다. 감독이 바뀐 그 지점에서 시리즈가 살아났습니다.8편과 네 명의 감독#작품개봉감독1마법사의 돌2001크리스 콜럼버스2비밀의 방2002크리스 콜럼버스3아즈카반의 죄수2004알폰소 쿠아론4불의 잔2005마이크 뉴얼5불사조 기사단2007데이비드 예이츠6혼혈 왕자2009데이비드 예이츠7죽음의 성물 1부2010데이비드 예이츠8죽음의 성물 2부2011데이비드 예이츠표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3편입니다. 여기서 시리즈의 성격이 완전히 바뀝니다.3편에서 무슨 .. 2026. 8. 28.
007(James Bond) 시리즈 순서|배우 6명, 리부트는 한 번 《007》 시리즈를 처음 정주행하려는 분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주인공 배우가 여섯 번 바뀐다는 것입니다.보통 이 정도로 배우가 바뀌면 이야기도 함께 리셋됩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몇 년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007은 그러지 않았습니다.1962년부터 2002년까지 40년 동안, 배우만 다섯 번 갈아 끼우면서 같은 세계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시리즈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리셋한 것은 2006년입니다.배우는 여섯 명, 리부트는 한 번배우기간편수비고션 코너리1962~19716편《살인번호》로 시작. 시리즈의 원형을 만듦조지 라젠비19691편《여왕 폐하 대작전》 단 한 편로저 무어1973~19857편최다 출연. 유머와 과장된 톤티모시 달튼1987~19892편원작 소설에 .. 2026.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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